‘산업용섬유’을 통한 섬유산업 ‘영역확장’
섬유기계산업 동반성장 기반 ‘자립화’ 관건
국내 섬유업계는 비의류용 및 특수용도의 산업용섬유 분야에 대한 관심은 물론 향후 섬유소재의 영역확장을 기반으로 한 미래 먹거리 창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섬유산업스트림간협력기술개발사업’을 비롯한 각종 정부지원 R&D사업에서 산업용섬유분야가 차지하는 포지션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는가 하면 섬유기업들의 자구노력분야에 있어서도 물밑 보폭이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염색기술연구소와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산업용섬유소재 융합제품 산업화 전략기술 세미나’에서는 섬유업종뿐 아니라 타산업체를 포함 전국에서 1백여명이 참석하는 등 관심을 뛰어넘어 ‘변화의 타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섬유업계의 이러한 관심과 자구노력은 국내 전 섬유기업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대구·경북화섬직물산지 기업들의 참여의지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타 지역 대비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이 산업용섬유분야에 대한 관심을 남달리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로는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섬유산업에 대한 전략화 대응으로 요약된다.
하이테크와 라이프스타일을 타깃으로 섬유산업을 3단계 지역전략산업으로 지정·추진하고 있는 대구시의 의지와 함께 경상북도의 ‘경북첨단섬유 신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청사진 마련 노력이 동시에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큰 변수가 없는 한 4월 중으로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발표될 전망인 ‘슈퍼소재 융합제품 산업화 사업’이 맞물리면서 화섬직물산지의 체질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국내 섬유업계의 산업용섬유에 대한 관심과 변화노력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각 지역별로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는 산업용섬유에 대한 ‘도전’에 있어 자칫 ‘선택과 집중’의 초기 타깃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선 전망일 수 있지만 국내 권역별 중복투자에 따른 내수산업 간 충돌로 말미암아 일정부분 수입대체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대외 경쟁력 강화 내지 글로벌 마켓에서의 포지션 확대에서는 역효과를 나타낼 수 도 있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우려와 역효과를 뒷받침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산업용섬유 생산 공정별 받드시 뒤따라야 할 인프라 설비.
현재 국내 산업용섬유 생산설비의 자립화 포지션은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운 상황이다.
원천소재의 생산에서 사가공, 제직준비, 제직·편직, 후가공에 이르는 공정 스트림에 있어 국산설비로 소화해낼 수 있는 파트는 극히 한정돼 있을 뿐만아니라 이를 극복하기위한 초기 투자비용의 한계 봉착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별도의 투자없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비의류·산업용섬유생산’단계를 밟아 단계적인 변화를 도모한다는 게 당면한 국내 섬유산업의 산업용섬유 육성안이고 보면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의류용 소재생산 중심의 설비를 산업용섬유 생산에도 활용하다는 것.
한마디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극히 한정된 일부 아이템의 경우 공정별 생산라인을 병행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용도와 특성에 맞춘 특화 설비기반 없이는 완제품 생산이 불가능한 게 산업용섬유제품이다.
특정 산업용섬유의 마켓 수요가 제아무리 증가해도 생산만으로 마켓 공급에 까지 이르기는 쉽잖다.
산업용 섬유는 수요-공급-생산에 이르는 ‘라인-업(line-up)’ 시스템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특정 산업용소재 생산을 위해서는 그에 최적화된 생산설비의 ‘라인-업’이 반드시 필요하며, 기 구축된 설비를 활용한 산업용 제품의 마켓 확장이란 접근은 기 형성된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피할 수 없을 뿐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의 뒷북’내지 ‘가격출혈’의 요인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요컨데 산업용섬유의 활성화 기반을 근본적으로 체질화시켜나가기 위해서는 ‘산업용섬유 생산설비 자립화 방안’도 병행 추진돼야한다.
의류용 일변도의 국내섬유기계 메이커들은 현재 내수 및 수출기반의 급격한 붕괴로 인해 ‘산업용섬유’에 대한 관심이 확장된 만큼 상대적 위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가공·제직준비·제직·후가공에 이르기 까지 마켓 수요의 급감에 따라 기 공급된 마켓 대상의 A/S대응조차 벅찬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밀라노프로젝트사업에서도 섬유기계분야 대상의 R&D 추진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모습을 보였으며, 산업용섬유분야가 주목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산업용섬유생산설비 대상의 제대로된 R&D 필요성과 시급성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국내 섬유기계분야 연구·개발의 허브로 자리하고 있는 ‘한국섬유기계연구소’가 경북에 소재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산업진흥사업에서의 섬유기계분야 활성화가 ‘미운오리새끼’ 취급받아 온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경상북도의 신발전 전략수립· 대응으로 대구·경북이 공히 산업용섬유 활성화 기반을 공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지만 중앙정부·지자체·섬유관련 연구기관 및 업계를 중심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동반성장 기반의 중·장기 밑그림을 제대로 그려나갈 수 있는 인식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의류용 소재분야에 있어 대 중국의 추격 및 견제에 따른 대외마켓에서의 입지 위축 및 경쟁력 약화요인은 산업용섬유에서 더 큰 존재이자 넘어야 할 산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화 산업용섬유기계 전문 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산업용섬유로의 방향전환을 통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실제 중국의 산업용섬유분야 외산설비 도입·구축 현황은 이미 세계시장을 향한 화살 시위가 맞춰져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특히 중국은 외국기업과의 기술제휴 내지 유럽기업들의 생산라인 현지화 흐름들을 통해 추측치 이상의 기술이전 및 자체기술력이 축적된 상황이며, 이들 기반의 자체 생산설비 개발 속도는 개발을 벗어나 마켓 상용화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며,“한국섬유산업의 대외 입지 확산에 국산섬유기계메이커의 기여도를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산업용섬유를 통한 한국섬유산업의 활로 모색에 있어서도 섬유기계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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